와이프와 저는 고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냥 보통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는 정도로 좋아합니다. 매끼니마다 고기를 챙겨먹진 못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두 끼 정도는 고기를 꼭 먹으려 합니다. 풀떼기로만 배를 채우면 밥 먹은 것 같지도 않다며 금방 배고파 하는 부부입니다. 그래서인지 집 주변 고기집을 이곳저곳 가보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최근 방문했던 망원동 고기집, 고기온도에 대해 포스팅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가게로 들어서서 자리를 잡으면 간단한 밑반찬과 소스, 앞접시, 수저가 세팅됩니다. 밑반찬은 김치와 절임류 등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줄 수 있는 메뉴로 구성돼 있고, 소스는 막장과 오징어 먹물 소금, 생와사비, 멜젓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밑반찬은 전부 맛있습니다. 고기맛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맛과 향을 가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고기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그런 느낌입니다.
메뉴판은 간소합니다. 그렇게 많은 부위를 취급하진 않는 것 같았습니다. 나와 와이프는 간단히 프렌치렉 2개와 껍목살 2개, 호가든 2잔을 주문했습니다. 특이한 건 망원동 고기온도는 콜키지가 무료라는 점입니다. 주류를 판매하는 요식업장은 주류로 이윤을 많이 남긴다고 알고 있는데 콜키지가 무료라니.... 집에 괜찮은 술이 있다면 들고 와서 같이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망원동 고기집 고기온도
고기는 직원분께서 직접 구워주셨습니다. 고기는 언제나 맛있지만, 남이 구워주는 고기는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부터 직감했습니다. 이 집은 고기 맛집일 것이라고. 망원동에서 제일 가는 고기 맛집일 것이라고.
고기가 어느 정도 구워지면 잘게 잘라서 굽습니다. 적당한 한 입 크기로 잘 잘라주십니다. 저는 그냥 흐뭇하게 고기를 바라보며 입에 넣을 순간만 기다리면 됐습니다. 갑자기 황정민 배우의 밥상 수상 소감이 떠오르지만, 그건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영겁의 기다림 후에 다 익은 고기를 수령했습니다. 밑반찬 중에 된장에 절인? 버무린? 깻잎이 있었는데 그 놈과 같이 먹기 위해 접시에 플레이팅 해봤습니다. 깻잎 위에 잘 익은 고기 한 점 올리고 그 위에 생와사비 살짝 올렸습니다. 영롱합니다. 역시 고기는 소금에 살짝 찍어 먹거나, 생와사비 살짝 찍어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허겁지겁 먹다 보니 프렌치렉이 다 구워져 껍목살도 구웠습니다. 직원분께서 바로 구워도 되겠냐고 친절히 여쭤봐주셨는데,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구워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고민은 고기만 늦출 뿐이니까.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은 삼겹살이 오겹살인것처럼 껍목살은 말 그대로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은 목살 부위인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술도 한 잔 했습니다.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지만, 저는 술을 그리 즐겨하지 않습니다. 그냥 술자리가 생기면 먹는 정도랄까? 저는 일부러 막 찾아서 술을 먹진 않습니다. 집에서 한 두잔 홀짝 거려도 술 맛을 제대로 모르다 보니 얼마 먹지도 못 합니다. 그래도 이 날은 한 잔 다 비웠습니다. 고기가 너무 맛있기도 했고, 불금이었으니까요.
망원동 고기온도엔 신기한 메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짬뽕칼국수라는 메뉴입니다. 고기집답게 묵직한 고기육수에 칼칼한 짬뽕맛을 내고, 칼국수 면을 삶아 넣은 아주 맛난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먹어보면 알겠지만,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 집은 고기집 장사 때려치고 짬뽕만 팔아도 맛집이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냉면도 시켰습니다. 고기 후식으로 많은 계파가 나뉘어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냉, 비냉, 김치찌개, 된장찌개, 잔치국수, 볶음밥 등등 저는 개인적으론 고기를 먹고난 다음엔 냉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망원동 고기온도엔 후식으로 물냉, 비냉,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잔치국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웬만한 취향은 전부 커버 가능해 보였습니다.
고기가 왜 맛있나 했더니 망원동 고기온도는 직접 고기 숙성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것치곤 가격이 너무 착했습니다. 원래 나와 와이프는 강화통통을 원픽 고기집으로 삼았었는데, 이 날부터 고기온도로 바뀌었습니다.
고기 값은 와이프가 계산했는데 왠지 제 돈을 쓴 것 같은 이상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이 리뷰는 내돈내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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