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이 싫다.
여름이 싫은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
여름철이면 유독 심해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며칠만 제 때 치우지 않아도 무한증식하는 초파리와 구더기를 보고 있노라면
없던 스트레스도 생겨날 지경이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자, 음식물 쓰레기통의 샤넬이라 불리는 밧드야 음식물 쓰레기통도 사봤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스트레스는 해소되질 않았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질렀다.
바로 미닉스 더 플렌더 미니 음식물 처리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로 이뤄진 3신기 이모님을 위협하는 새로운 다크호스다.
어떤 물건이냐면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기다.
많고 많은 음식물 처리기 중 왜 이 녀석을 골랐는지는 이유가 참 다양한데
그 중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이 바로 크기다.
근데 생각보다 박스가 되게 컸다.
박스를 뜯으려고 보니 오잉.
닌텐도처럼 박스가 있어야 A/S를 받을 수 있나 보다.
요즘 참 이런 A/S 정책을 가진 회사가 늘어나서 참 불만이다.
어느 정도 거주 공간이 확보된 사람들이 쓰는 가전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박스를 보관하라는 요구가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그래도 고객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꽤나 불편한 부분 중 하나다.
A/S가 필요한 순간에 회사에서 고객에게 박스를 보내주고
고객은 받은 박스에 기기를 넣고 다시 반송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하면 참 좋을텐데....
언제 받을지 모를 A/S를 위해 이 큰 박스를 계속 집 한 구석에 보관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포장 자체는 꽤나 꼼꼼하게 잘 되어 있다.
구석구석 에어캡을 쑤셔놔서 혹시라도 있을 배송 과정의 충격까지 책임져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
A/S 정책은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만 이런 세세한 부분은 신경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다.
곳곳에 고객 편의를 위해 신경 쓴 부분도 좋아 보였다.
한 편으론 '얼마나 설명서를 안 읽는 사람이 많으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기기 사용 전 제거해야 할 스티커는 꼼꼼히 제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안 보는 사람들은 그냥 사용하겠지만....
다행히 미닉스는 매뉴얼을 잘 챙겨주는 회사다.
그러니 제발 매뉴얼을 읽자.
매뉴얼을 안 보는 게 언제부터 멋있는 행동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매뉴얼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그건 절대 부끄럴운 일이 아니다.
기기 세팅을 하다 보면 중간에 필터를 장착하는 단계가 있는데
필터를 장착하기 위해 스티커를 제거했더니 숯가루가 우르르르 떨어졌다.
필터가 불량인 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설계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사용은 해봐야 하니까 장착은 했다.
고객센터에 문의도 남겨놨으니 기다려봐야겠다.
근데 이게 정상적인 거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조리 공간 근처에 설치하는 기기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숯가루가 날리는 게 그리 좋은 사용자 경험은 아닐 것 같다.
요건 우리집 주방에 장착한 모습.
박스를 받아봤을 땐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랐는데 막상 설치하고 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크기는 물론이고 디자인도 깔꼬롬하니 너무 잘 샀다고 느껴졌다.
많고 많은 음식물 처리기 중에 미닉스 더 플렌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디자인 때문이니까.
원래 디자인이란 게 개취의 영역이긴 하지만, 다른 제조사의 제품들은 뭐랄까...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조작부의 스티커는 일부러 떼지 않았다)
조작부도 되게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음식물 처리기라는 기기 자체가 그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서
요 정도의 조작부만 구성해 놔도 사용하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자 그럼 방금 생산된 따끈따끈한 음식물 쓰레기를 미닉스 더 플렌더를 이용해 처리해보자.
나는 매뉴얼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니까 다 먹은 옥수수심은 3cm 간격으로 잘러 넣어줬다.
모자이크 처리한 음식물 쓰레기는 와이프느님이 먹고 남기신 약간의 라죽이다.
미닉스 더 플렌더 미니에 넣고 기기를 가동했다.
조작법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냥 적절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뚜껑 닫고 기기를 가동 시켜주기만 하면 끝!
그리고 몇 시간 뒤...
아주 곱게 갈렸다.
입자가 큰 건 누가 봐도 옥수수심이었고 와이프느님께서 남긴 라죽은 거의 라면 스프 형태로 돌아갔다.
그리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넣은 건 아니지만 부피도 놀랍도록 많이 감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냄새!!!!!!
궐련형 전자담배 같은 구수한 냄새가 살짝 나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 정도였고,
일부러 맡으려고 코를 갖다 대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수준의 미미한 냄새였다.
도저히 음식물 쓰레기 냄새라곤 믿을 수 없는 그 상쾌함(?)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분쇄 건조식이다 보니, 축축하지 않아서 초파리나 구더기가 생길 염려도 없다.
그렇게 처리가 완료된 음식물 쓰레기는 사은품으로 받은 푸드 컨테이너(?)로 옮겨 뒀다.
집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 3L짜리가 있어서 씌워뒀는데 찰떡이었다.
근데 비닐을 씌우니 뭔가 뚜껑이 완벽하게 닫히는 느낌은 아니어서 다음부턴 음쓰봉을 안 씌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미닉스 더 플렌더 음식물 처리기를 내돈내산으로 잠깐이나마 써보고 느낀 장단점은 아래와 같다.
장점
-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 콤팩트한 사이즈로 어디다 둬도 공간 차지가 크지 않다.
- 와이프느님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라고 안 하신다.
(집에서 간편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단점
- 언제 받을지 모를 A/S 때문에 제품 박스를 집구석에 보관해야 한다.
- 필터 장착 시, 필터에서 숯가루가 떨어진다.
조만간 한 달리뷰로 다시 돌아오겠다.
본 리뷰는 내돈내산 리뷰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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