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신혼여행을 결정했을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이 있다면 먹거리라 할 수 있겠다.
생긴 것만 보면 무쇠도 씹어 먹을 만큼 가리는 게 없어 보이는 나지만,
막상 까놓고 보면 은근 가리는 게 많은 까탈남이다.
특히 조개류를 잘 못 먹는 편인데, 전복, 가리비, 키조개처럼 비린맛이 덜하고 비싼 녀석들은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울릉도는 따개비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는 게 아닌가.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이왕 울릉도 온 김에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방문하게 된 태양식당.
참고로 울릉도에 태양식당은 두 곳이니 잘 알아보고 가야한다.
뭐 어쨌든 메뉴도 당혹스러운데, 식당 입구도 만만치 않았다.
누가 봐도 신발 벗고 들어가게 생겼는데 신발을 신고 오라니....
마침 방문했을 때, 사장님께서 잠깐 자릴 비우셔서 더욱 더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신발 신고 입장했다.
이곳저것 구경하는데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식당과 다르지 않았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셔서 그런지 반찬이나 물이 셀프라는 점과 울릉도 특산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붙어 있는 벽이라던가...
그냥 어디서든 볼 법한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메뉴판은 아니다.
따개비죽, 따개비칼국수, 약소엉겅퀴국, 약소머리곰탕...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메뉴다.
따개비라니.... 얼마나 비릴까.....
너무 걱정됐지만 그래도 울릉도까지 왔는데 안 먹어볼 수는 없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와이프는 따개비죽, 나는 따개비칼국수
맛집이라니깐 믿어본다는 느낌으로 주문했다.
밑반찬이 나왔다.
밑반찬에서부터 굉장한 내공이 느껴졌다.
배고픔을 못 참고 김치 한 조각 집어 먹어 봤더니 너무 맛있었다.
이런 솜씨라면 왠지 나도 따개비를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등장한 따개비죽.
굉장히 잘게 다진 따개비가 들어간 모습이다.
왜 많고 많은 먹거리 중에 따개비를 넣었을까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입 먹어보기로 했다.
한 술 뜨자 강렬한 따개비향이 코를 찔렀다.
나는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수없이 최면을 걸었다.
그 결과 맛은....
너무 따개비 향이 진하게 나서 더이상 먹기는 힘들 것 같았다.
물론 먹고자 한다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음식은 즐겨야 한다는 내 신조와 맞지 않았다.
그렇게 따개비죽은 깔끔하게 포기.
따개비칼국수만이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 친구마저 먹지 못한다면 난 이 날 저녁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할 예정이었기에 절실했다.
마음 굳게 먹고 한 젓가락 먹어봤다.
첫 느낌은 '음 괜찮은데?'였다.
하지만 2~3젓가락 더 먹곤 포기해버렸다.
비릭한 따개비 향이 내 몸 속에 축적되는 게 느껴져서 도저히 먹지 못할 상태가 됐기 때문.
하지만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와이프는 '끝내준다'를 연발하며 열심히 잘 먹었다.
누군가에겐 맛있는 음식이었겠지만, 나에겐 전혀 맞지 않았던 따개비 음식.
그냥 경험해본 것으로 만족한다.
혹여나 울릉도에 다시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그땐 그냥 약소랑 횟감만 먹어야겠다.
따개비 들어간 음식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난 다시는 안 먹을 것 같다.
본 리뷰는 내돈내산 리뷰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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