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와이프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집순이 와이프가 어디 나가자고 하는 일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기에 귀하디 귀한 기회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이번에 거부하면 다음엔 언제 또 같은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기회는 왔을 때 쟁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바다를 찾아봤습니다. 당연히 제일 만만한 강릉부터 검토해봤습니다. 그러나 강릉을 1박 2일로 간다는 것은 어딘가 좀 아쉬운 느낌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2박 이상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일단 강원도는 후보지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검색하며 찾아낸 것이 바로 하나개해수욕장입니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인천 중구 무의도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 '실미도'의 배경인 실미도와 가까운 곳이라고 하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보통 서해의 바다라고 한다면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떠올리기 쉬운데 하나개 해수욕장은 서해에 위치해 있지만 동해의 해수욕장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바다라 할 수 있습니다. 동해처럼 진한 바다 냄새를 풍기진 않지만, 모습은 그나마 엇비슷합니다.
하지만 서해에 위치한 바다답게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 썰물 때 방문하게 된다면 바다 대신 갯벌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와 와이프가 하나개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가 딱 썰물 때였습니다. 물이 다 빠진 갯벌의 모습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일몰 쯔음엔 동해안과 같은 모습의 바다를 볼 수 있었지만, 막 도착했을 땐 조금 허탈했습니다. 일몰 때 보는 서해 바다는 은근 멋있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바다를 바라본 상태에서 해안선을 따라 왼쪽으로 쭉 가다보면 해안 산책로 비슷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일몰 후엔 입장할 수 없다 해서 하나개해수욕장에 들른 김에 와이프 손 잡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해상관광탐방로'입니다. 양옆으로 바다와 절벽을 볼 수 있는 뷰맛집 산책코스입니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걷기에 적당한 거리였습니다. 겨울 바닷바람이 매서운 게 한 가지 흠이었지만 와이프 손 잡고 함께 걸으니 추운 것도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따개비 가득 붙어 있는 바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굳이 밀물 때 방문하지 않아도 어디까지 물이 들어오는지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바위들은 저마다 이름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잘 이해되지 않는 작명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론 억지로 이름을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어업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저도 장화를 챙겨 왔다면 갯벌에 들어가 낙지나 고동을 캐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남해에 있는 외가집을 갈 때마다 종종 굴이나 고동을 캐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에 외가집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꼭 고동 주우러 가야겠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쭉 걷다 보면 해상관광탐방로의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해상관광탐방로의 끝에는 계단이 있어 갯벌로 진입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갯벌에 이런저런 메시지를 크게 그려 놓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우리 부부도 뭔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는 걸 싫어하는 우리 부부는 참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그 때를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갯벌도 걸어 봤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지면이 꽤나 단단해서 다리가 푹 빠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접한 갯벌과는 달리 양생 마무리 단계의 시멘트 같은 느낌의 단단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신혼부부의 서해바다 데이트는 끝났습니다. 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이 이상해 과속으로 과태료를 물긴 했지만, 후회 없는 나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집돌이 집순이 부부라지만 이렇게 가끔 나오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이프는 저를 집돌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격하게 아니라고 반응하는 와이프입니다. 뭐...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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