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신혼여행 가기 전 날, 울릉크루즈를 타기 위해 포항에 잠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포항에 온 것까진 좋았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몰라 너무 막막했습니다. 포항 하면 제철 밖에 생각나지 않아 더더욱 막막했습니다. 그 때 불현듯 떠오른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이리저리 막 휘어지는 계단 구조물, 그것이 바로 포항의 명물, 포항의 핫플레이스, 포항의 데이트코스인 스페이스 워크였습니다.
스페이스 워크는 포항의 환호공원 옆 언덕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약 5~10분 정도 걸으면 스페이스 워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스페이스 워크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중간중간 표지판으로 잘 안내되어 있지만 사실상 표지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환호공원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페이스 워크로 걸어가거나 스페이스 워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사람 많은 곳으로 가면 그곳이 바로 스페이스 워크입니다.
사람들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줄이 아무리 길더라도 1시간 안에는 무조건 입장할 수 있을테니 기다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처음엔 안내해주시는 분이 5시 종료라며 입장 못할 수도 있다며 겁을 줬었는데 30분만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다 즐기고 나왔을 때도 이미 줄이 많이 생겨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시설이라 그런지 그 분들도 정확한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나 무더운 날씨를 자랑하는 한여름이 아닌 이상 환호공원이 주는 다양한 경치들 때문에 딱히 웨이팅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전망이 정말 끝내줍니다. 이건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일몰과 가까운 시간대여서 그런지 더욱더 예뻐 보였습니다. 확실히 일몰 때 찍는 사진은 색감의 깊이가 다릅니다.
이미 스페이스 워크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참 쏠쏠합니다. 밑에서 보면 별로 무서워 보이진 않는데 막상 올라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린 아이 몇몇은 울고 불고 땅바닥에 퍼지고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물론 성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더이상 못 올라 가겠다며 땅바닥에 주저 앉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얼마 올라가지도 못해서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기시간이 천차만별이지 않나 싶습니다.
10분 같은 30분 웨이팅 끝에 제가 직접 올라갈 차례가 왔습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높이가 높아질수록 뭔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스페이스 워크 아래에 있을 땐 몰랐는데 위에서 보니 얇은 기둥 하나로 지탱하는 구조가 되게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한 공돌이 분들이 구조를 설계했을 테니 별 다른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막상 제 몸을 맡기고 있다 생각하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스페이스 워크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제철소가 훤히 보이는 제철소 뷰도 볼만했고 휘어지는 계단을 눈 앞에서 보는 것도 장관이었습니다. 거기에 노을까지 더해져 그 모습은 더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아마 이곳이 포항에서 가장 뷰가 좋은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좋으니 경치 하나는 정말로 끝내줬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롤러코스터처럼 한 바퀴 도는 계단은 일정 구역까지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360도 도는 계단은 관상용으로 만든 것이지 실제 사람보고 걸으라 만든 건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손과 발을 써서 한 바퀴 돌아보고 싶은 욕망이 잠깐 일었지만, 이제 결혼했으니 홀몸이 아니다 생각하고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얇디 얇은 기둥 위에 놓인 계단에 제 한 몸 맡겨서 걷는다는 게 참 스릴 있고 좋긴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었지만 제 손을 꼭 잡고 걷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와이프는 바이킹도 벌벌 떨면서 타는 약심장이라 더 끌고 다니는 건 좋지 못한 판단이라 생각됐습니다.
뭐 하여튼 별 볼 일 없던 포항인 줄 알았지만 스페이스 워크 덕에 좋은 경험했던 하루였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입장료가 무료였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밤에는 조명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굉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하니 시간 여유 있으신 분들은 낮부터 밤까지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포항 갈 일이 생긴다면 다음엔 자식들을 데리고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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